
(사진출처: CoinGape)
은행도 블록체인을 쓴다고요?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속도 느림, 수수료 비쌈, 실생활에서 쓸 데 없음’ 같은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여전히 투기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실제 금융 시스템에서 국제 송금 인프라로 활용되는 블록체인이 있습니다. 바로 XRP 레저(XRP Ledger)입니다.
이 글에서는 블록체인을 잘 모르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XRP 레저가 어떤 기술인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다른 블록체인과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2025년 5월 현재 왜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XRP 레저란 무엇인가요?

XRP 레저는 2012년에 개발된 오픈 소스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빠르고 효율적인 송금 및 결제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평균 3~5초 내에 거래를 처리하며, 거래 수수료는 0.00001 XRP로, 이는 한화로 0.001원 이하에 해당합니다.
또한 XRP 레저는 탈중앙화된 검증자(validator)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며, 비트코인과 달리 채굴 과정이 없어 에너지 소비가 적고 환경 친화적입니다. 검증자 구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일부 주요 검증자(예: 리플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2025년 5월에는 ‘DeepFreeze Amendment’ 기능이 활성화되어, 발행자가 특정 조건하에 자산을 영구적으로 동결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이는 규제 준수 및 자산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XRP 레저는 ‘중개은행 없이 송금하는 초고속 인터넷 도로망’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XRP 레저의 실제 활용 사례
XRP 레저는 다양한 국가에서 송금 및 결제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의 SBI리밋이 제공하는 일본-필리핀 간 송금 서비스, 브라질 및 멕시코 등의 온디맨드 유동성(ODL) 기반 송금 시스템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 있는 A씨는 일본에서 일하는 가족으로부터 매달 송금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최대 2일이 걸리고 수수료가 4만 원 이상 발생했지만, XRP 기반 송금 시스템을 이용한 후로는 3초 만에 완료되고 수수료는 20원 이내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XRP 레저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기능과 토큰 발행 기능을 지원합니다. 복잡한 스마트 계약 없이도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어, 실제로 일부 기업은 공급망 토큰 발행에 XRP 레저를 사용 중입니다.
2025년에는 XRP 레저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인 XpFinance와 XenDex가 출시되었습니다. XpFinance는 탈중앙화 대출 및 차입 기능을, XenDex는 AI 기반 자동화 거래, DAO 기반 거버넌스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XRP 생태계는 본격적인 디파이 확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다른 블록체인과의 비교
항목 | 비트코인 | 이더리움 | XRP 레저 |
평균 거래 속도 | 약 10분 | 1~5분 | 3~5초 |
평균 수수료 | 수천~수만 원 | 수천 원 이상 | 1원 이하 |
스마트 계약 | 없음 | 있음 | 제한적 (Hooks, 사이드체인 실험 중) |
주요 활용 | 디지털 금 저장 | 앱 및 디파이 | 송금, DEX, DeFi |
XRP 레저는 디지털 자산의 가치 저장보다는 실제 거래 인프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으며, 복잡한 계약 기능보다는 단순한 거래와 확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XRP의 구조를 간단히 도식으로 설명하면?
- 사용자 A → XRP 발송 → XRP 레저 네트워크(검증자 합의) → 사용자 B 수신 (3~5초 이내 완료)
- 중개 은행 없음 / 거래 수수료: 0.00001 XRP / 24시간 365일 운영
이처럼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는 특히 해외 송금과 같은 실시간 금융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규제와 논란: SEC 소송 및 위험 요소
202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XRP가 미등록 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리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2023년, 미국 법원은 일부 항목에 대해 XRP가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하였고, 이에 따라 XRP의 법적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2025년 3월, SEC는 리플과의 소송을 최종적으로 종료하며, 리플은 5천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당초 요구액이었던 1억 2,500만 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금액입니다.
한편,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강화되고 있어, XRP 레저는 자금세탁방지(AML) 및 트래블 룰(FATF 규정) 준수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제도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을까요?
2025년 5월 현재, XRP 레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플랫폼으로 실험에 사용됨
- ESG 기반 결제 인프라로 주목 (저전력 블록체인)
- 스텔라(XLM) 등과의 글로벌 송금 경쟁 구도
- Hooks 기능 및 DeepFreeze, DeFi 생태계 확장 등 신기능 도입
한국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요?
현재 국내에서는 XRP 기반 송금 서비스가 직접적으로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일부 핀테크 기업들이 XRP 레저의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은 XRP 기반의 국제 송금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며, 향후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술에 대한 제도적 검토를 시작한 상황입니다.
또한, XRP의 높은 송금 효율성은 해외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송금 서비스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어, 향후 사회적 수요와 맞물려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XRP 지금은 어떻게 거래되고 있을까요?
2025년 5월 기준, XRP는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암호화폐 중 7위에 올라 있으며, 글로벌 거래소 기준 가격은 약 $2.13(한화 약 2,9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SEC와의 소송 종료 이후 한때 $3.28까지 상승한 바 있으며,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18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빗썸,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에서 XRP가 상장되어 있으며, 꾸준히 상위 거래량을 유지 중입니다. 다만 거래소별 상장 유지 여부는 국내외 규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XRP는 투자 외에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블록체인입니다. 예를 들어, XUMM 지갑을 통해 송금이나 거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으며, 별도의 실물 XRP 없이 테스트넷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부분 영어 기반 환경이지만, 관련 안내 자료를 참고하면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미래 인프라가 되기 위한 조건
XRP 레저는 복잡한 기술보다는 속도와 단순함, 그리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초보자에게도 친숙한 블록체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신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XRP 레저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ESG 정산 시스템, 국제 송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블록체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닙니다. XRP 레저처럼 실제로 ‘쓸 수 있는 블록체인’이 미래 금융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